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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브랑리 뮤지엄,자연과 현대 건축의 조화

월간 안데르센 2024.12월호

by 안데르센 2024. 12. 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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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여행을 하는 사람은 여행하는 나라의 유명한 건축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여행의 매력은 도시마다 독창적으로 발전한 현대 건축을 탐험하는 것이다. 유럽은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들의 작업으로 가득하고, 각 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그 나라의 스타 건축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훌륭한 여행 포인트가 된다. 런던을 여행하면 영국의 대표적인 하이테크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의 작품을 많이 보게 된다. 파리에도 역사적 랜드마크들 사이에 유명한 현대적 건물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프랑스의 스타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들이 많다.

 

현대 건축 포인트들은 여행 코스에 필수 방문지로 계획하여 방문하기도 하고, 평소에 관심 있던 건축 작품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도 많다. 후자의 경우일수록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데, 어떠한 경우든 깨닫게 되는 것은 중세의 건물들과 현대 건물들이 한 공간에 조화롭게 있는 모습이 유럽의 매력 포인트일 것이다. 파리에 있는 장 누벨의 케브랑리 박물관도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 바로 옆에 케브랑리 박물관이 있다. 케브랑리 박물관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설계된 공간이다. 주로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전시하고 있다. 장 누벨의 건물 외관답게 디자인이 독특한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물관 외벽을 뒤덮고 있는 수직 정원이다. 프랑스 식물학자 파트릭 블랑이 설계한 이 녹색 외벽은 15,000여 종의 식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생명을 가진 벽처럼 보인다. 건물 전체는 다양한 텍스처와 색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 재료로 유리, 강철, 목재를 사용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특히 필로티 공간에 정원을 조성하여 건물 자체가 숲속에 있는 것 같다. 필로티 공간을 산책하기만 해도 아프리카 정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 입구의 통로 바닥은 시골길처럼 조성되어 있고, 통로를 따라 이어진 민속촌을 떠올리게 하는 외벽의 루버가 인상적이다. 박물관은 영화관을 겸하고 있어 보안 검색만 통과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티켓 검사를 마친 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이 전시 주제에 맞춰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현된 다양한 건축적 상상력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장으로 가는 통로는 구불구불한 경사로로 조성되어 있어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강을 따라 올라가는 듯한 이 길은 몰입의 통로라고 불린다. 새로운 문화적 여정을 시작하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설계되었다. 몰입의 통로 끝 지점에서는 건물 밖과는 전혀 다른 문화의 세계가 펼쳐진다.

 

 

케브랑리 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밝고 환한 조명이 아닌, 어두운 분위기로 설정되어 있다. 벽면과 천장은 어두운 색조로 마감되어 있으며, 공간 자체가 특정 문화나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전시관의 원형 전시 공간은 부족 공동체의 원형 가옥을 연상시키도록 설계되었다. 박물관 2층에서 내려다보면, 아프리카 바위산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천장의 조명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시키며, 아래 전시 공간이 거대한 협곡 안에 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전시 동선은 전통적인 갤러리의 직선적 동선과 달리, 유기적이고 비대칭적인 흐름으로 설계되었다. 각각의 구역이 자유롭게 이어지며, 관람자가 자신만의 속도로 탐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토벽 같은 벽이 관람 동선을 따라 이어져 있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곳곳에 앉을 공간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어디서든 충분히 쉬어갈 수 있다. 루브르나 오르세처럼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쉬면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케브랑리 박물관은 해가 진 뒤에 방문하면 더욱 특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건물 밖 파리의 도심 속에서 하루 종일 바쁘게 여행했을 여행자가 도심과는 전혀 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하며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건물 1층 필로티 공간에 조성된 정원에서의 차분한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정원을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거대한 에펠탑의 야경이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파리 시내에서 이렇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에펠탑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이 야경만으로도 충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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