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문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 에밀 졸라(Émile Zola).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이었던 그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진실과 정의를 이야기했던 인물이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루공마카르’ 시리즈까지, 그의 작품은 프랑스 사회와 인간 삶을 심도 있게 탐구했다. 잘 알려진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그의 결단은 어쩌면 그가 문학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했던 열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파리 서쪽 세느강 근처의 작은 마을 메당. 에밀졸라는 ‘목로주점’의 성공으로 얻은 큰 수익 덕분에 파리를 떠나 메당에 집을 마련했다. 그는 이 집을 애정 어린 별칭으로 '토끼집'이라 표현했다. 처음에는 규모가 작았지만, 정원, 농장, 온실로 둘러싸인 광대한 부지로 확장되었고, 주변에는 라임 나무 가로수를 심어 집이 보이지 않게 했다. 1878년부터 메당에서 대표작들을 집필하며, 삶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화가 폴 세잔도 메당을 자주 방문해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는데, 세잔은 여기에서 메당을 배경으로 한 그림도 남겼다. 또한 기 드 모파상, 알퐁스 도데, J.-K. 위스망스 등과 함께 이곳에서 문학적 상상력을 나누며 ‘메당의 저녁들’이라는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모은 단편 소설집을 함께 내기도 했다.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 유럽의 고풍스러운 장식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 내부는 중세와 르네상스 스타일이 혼합된 인테리어로 꾸며졌는데, 유럽 각국의 다양한 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그는 집을 점차 확장하며 두개의 탑을 추가했는데, ‘나나 탑’과 ‘제르미날 탑’이라 불리는 이 탑들은 그의 작품 나나와 제르미날을 기념하여 지어졌다. 이는 저택의 구조와 장식이 그의 작품 주제와 연결되면서, 자신이 만든 이야기가 현실과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를 탐구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에밀 졸라의 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단연 그의 집필실이다. 높은 천장을 가진 빌라드룸으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토론을 나누던 곳이며, 그의 작품들이 탄생한 창작의 공간이다. 마치 에밀졸라가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벽에 걸린 다양한 장식품들과 조각상들은 그의 예술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집필실에서 매력적인 포인트는 한쪽 면을 큰 창을 내어 자연채광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방감 있는 큰 창문을 통해 풍부한 빛이 들어와 그가 글을 쓰는 동안 주변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자연을 벗 삼아 평온하게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이며, 예술적인 교류의 중심지인 셈이다.
집필실에서 그는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드러낸 ‘루공 마카르’ 시리즈를 비롯한 대표작들을 집필하며 몰두했다. 그는 체계적인 글쓰기 습관과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아침을 먹고 9시에 칼같이 2층의 집필실에 출근하는 것이 에밀졸라의 루틴이었다고 한다. 집필실의 한쪽 벽에는 ‘하루도 한 줄 없이 지나가지 말라’는 ‘Nulla dies sine linea’ 라틴어의 한 문장이 좌우명처럼 쓰여있다. 고대 그리스의 화가 아펠레스에서 유래되어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꾸준한 연습과 성실한 작업을 강조하는 좌우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매일 9시부터 13시까지 규칙적으로 글을 쓰며 매년 꾸준히 작품을 출간했다.
저택 옆에는 드레퓌스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유대인 출신의 프랑스 군인 드레퓌스가 스파이 혐의로 누명을 쓰고 고초를 겪은 사건은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흔든 사건이었고, 그는 이에 맞서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진실은 땅속에 묻혀도 언젠가 폭발한다’는 그의 글귀는 당대 프랑스 지식인들을 결집하며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도화선이 되었다. 그 이후 그는 프랑스의 양심으로 떠올랐고, 세상을 떠난 지 6년 후에는 팡테옹에 안치되었는데, 그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에밀 졸라의 메당 저택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진실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그의 신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성지로 남아 있다. 드레퓌스 기념관에는 그가 남긴 글과 사건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단순히 사건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당시 사회와 진실을 둘러싼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저택의 구석구석에서 졸라의 삶의 흔적을 만나게 되며, 그와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진실과 정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는 졸라가 남긴 유산이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던지는 깊은 메시지로, 나 또한 이곳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에밀 졸라의 흔적을 따라 그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졸라가 세상에 남긴 진실에 대한 열정과 문학적 여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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