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은 종종 욕망의 산물로 나타난다. 인간의 창작 활동은 소통하고, 표현하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창작과 욕망의 깊은 연관성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문학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19세기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인간의 욕망을 급격하게 변화시킨 시기였다. 중세의 구원과 신에 대한 충실함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와 개인의 성취를 새로운 욕망으로 삼게 되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을 겪으며 귀족들은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약화되었고, 그 자리를 신흥 부르주아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발자크는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이를 작품 속에 투영했다.
발자크의 문학에서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으로 묘사된다. 특히 그가 그린 19세기 파리는 이러한 욕망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파리는 당시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사회적 상승과 몰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발자크는 파리를 배경으로 사회적 계층의 이동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간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그의 대표작 ‘고리오 영감’은 이러한 욕망의 투영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라스티냐크는 시골 출신의 젊은이로, 성공을 꿈꾸며 파리로 온다. 그는 신흥 부르주아 사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는다. 발자크는 부를 추구하고 권력을 얻기 위한 인간의 도덕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발자크는 프랑스 시민들의 삶을 주목하며 프랑스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그리겠다는 ‘인간희극’을 만들어냈다. ‘인간 희극’은 90여 편의 작품을 묶은 총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등장인물이 2천 명에 달한다. 그는 오후 4시에 저녁을 먹고, 늦은 밤이나 새벽 1시에 일어나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30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14~18시간의 성실한 창작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파리의 거리와 살롱, 은행, 가정에서 펼쳐졌다. 작품 속 인물들은 현실적이며, 경제적 야망, 사랑, 권력, 정치적 욕망 등 다양한 동기에서 행동하는데, 모든 인간상을 그리겠다는 말 그대로, 프랑스 사회의 모든 계층과 인물들을 깊이 있게 묘사하면서, 프랑스 사회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해 내려 했다. 그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주요 작품에는 ‘고리오 영감’, ‘잃어버린 환상’, ‘골짜기의 백합’에서 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 소설들은 모두 하나의 거대한 세계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인물들이 다양한 작품들에서 다시 등장하거나 이야기가 이어졌다.
발자크 삶도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그는 작가로서 성공과 명성을 추구했을 뿐만 아니라, 물질적 부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강한 열망도 가지고 있었다. 귀족 세계에 입문하기를 꿈꿨던 그는 화려한 마차와 명품 지팡이를 구입하기도 하고 이름에 귀족의 성을 넣어 스스로 바꿔 부르기도 하며, 값비싼 골동품들을 사 모았다. 또한 신문사를 차리고, 출판업으로 전집을 내려 했으나 다 안되기 일쑤였다. 이런 욕망은 곧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빚을 갚기 위해 그는 더 많은 작품을 써야 했다. ‘사흘이면 잉크병이 하나씩 비고, 펜이 열 개나 닳아 없어졌다’는 말처럼 매우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기게 된다.
결국 발자크는 자신의 욕망을 문학적 창작으로 승화시킨 작가였다. 그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조건의 복잡성을 깊이 탐구하며, 프랑스 문학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이러한 욕망은 오늘날에도 예술과 문학,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창작은 여전히 욕망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발자크의 집은 파리 16구에 위치해 있으며, 그의 마지막 거처로서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대가인 그의 삶과 작품을 엿볼 수 있는 완벽한 장소이다. 이곳은 그가 대표작 ‘인간 희극’을 수정하고, 창작에 몰두했던 서재가 보존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작가의 흔적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발자크의 작업실은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보존되어 있으며, 특히 10번 이상 교정을 보았던 과정과 교정본 일부를 전시하고 있으니 그의 창작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발자크의 집에는 에펠탑이 보이는 전망과 함께 조용하고 아름다운 정원,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발자크는 평생 커피를 즐겼고, 이는 그의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일생 동안 1만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며 긴 작업 시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그의 아이디어와 영감이 꽃피었던 곳에서, 그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발자크의 창작 열정을 느껴보면 어떨까.
가까운 날에 발자크의 집에 방문해 그의 세계를 더욱 가까이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그의 열정과 영감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2025년 봄 서양문학기행에서 방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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