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과학과 예술 사이, 커피 향 나는 문화실험실

월간 안데르센 2025.7월호

by 안데르센 2025. 9. 26. 08:10

본문

 
 
도시의 문화는 누가 만들까? 문화는 때로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특별한 배경 없이도 참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젊은 세대가 주도해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큰 의미를 가진다. 
 
런던의 중심에 자리한 사이언스갤러리는 바로 그런 공간이다. 갤러리는 스스로를 문화실험실로 소개하고 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일부분이자, 커피 향 가득한 카페이기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색하고 대화할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입장료는 없다.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된다. 누구나 커피 한잔을 마시러 들렀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전시 앞에 멈춰 설 수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Lifelines: 세대를 넘어 노화를 다시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나이가 든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노화라는 주제는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상당히 무겁고 낯선 주제기도 하다. 
 
찬찬히 전시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시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감정, 성장, 관계의 여정을 통해 노화가 이미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시각으로 관람객들을 이끌고 있다. 노화를 단순한 ‘늙음’이 아닌, 인생의 흐름 속에서 누구나 겪는 변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게끔 한다. 당연한 것인데 전시를 보다 보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누구든 작품 앞에 서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다른 세대의 삶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반대편의 또 다른 전시관에서는 킹스칼리지 런던 의과대학 2학년 학생 496명이 참여한 특별한 프로젝트 작품들이 선보여지고 있었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1년간 런던 전역의 일반의(GP) 진료소에서 매주 하루씩 지역사회에 직접 참여하면서 건강, 질병, 의료 접근성에 관한 현실을 가까이에서 체험한 학생들이, 임상의와 예술가의 지원을 받아 팀별로 회화, 조각, 시, 사진, 영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등 다양한 매체로 창작물을 완성했다. 
 

 
 
모든 작품은 환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다문화주의, 만성질환, 불평등, 임상 실천에서의 공감 등 중요한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창의성과 초기임상경험이 결합되어,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 반성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미래의 의사들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술을 통해 의료교육이 어떻게 환자의 인간적 측면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별로 달라지는 전시 주제는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실험실 같은 갤러리에서 우리 모두는 자연스럽게 관람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 있었다. 전시를 보고 난 뒤 카페의 곳곳에서는 친구, 연인 또는 가족, 어떻게 모였는지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이야기 꽃이 기분 좋게 피어나고 있었다. 
 
 

 
 
갤러리와 카페를 충분히 즐긴 뒤 뒷문으로 나가면 킹스칼리지 캠퍼스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꼭 산책해 보기를 추천한다. 탁 트인 잔디와 고풍스러운 건물, 분주한 학생들 사이를 스쳐가며 오늘의 여유를 더욱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 향만큼이나 진한 공간, 잘 머물다 갑니다.
 
 
ⓒ 2010-2025 안데르센 All Rights Reserved.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