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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찾아서 동유럽으로

월간 안데르센 2025.3월호

by 안데르센 2025. 3.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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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고풍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건물들, 햇빛에 반짝이는 강가에 앉아 즐기는 여유, 맛있는 디저트, 은은한 조명이 비쳐 로맨틱한 야경… 하나하나 낭만 그 자체다. 유럽 여행을 한다고 하면 흔히 에펠탑이 있는 파리나 빅벤이 있는 런던 등 서유럽의 화려한 큰 도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좀 더 특별한 유럽을 경험하고 싶다면 유럽의 낭만을 몇 배로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동유럽이다.

 

상대적으로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생소하지만, 동유럽을 한번 경험해 보면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동유럽의 도시들은 구시가지, 높은 성 등 중세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풍경을 지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 힐링이 된다. 의외로 음식도 꽤나 입맛에 맞고, 만나는 사람들도 정겹다. 아시아와 가까이 위치해서 좀 더 문화적으로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저렴한 물가는 동유럽 여행의 행복감을 더해준다. 식사나 간식도, 생활용품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동유럽에서 쇼핑하길 즐기는 여행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동유럽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서로 인접해 있어 비슷한 듯 언어도, 화폐도 각각 다르기에 짧은 기간 여행해도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동유럽 하면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 대표적으로 이 세 나라가 떠오를텐데, 실제로 처음 동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좋은 곳들이다. 각 나라의 수도인 부다페스트, 비엔나, 프라하의 매력을 알아보며 동유럽의 낭만에 빠져보자.

 

 

 

다뉴브의 진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 개 도시 중에서 가장 동유럽다운 도시가 아닐까, 가장 동쪽에 있는 만큼 서유럽 국가와 함께 여행하기는 상대적으로 멀고도 특유의 분위기가 잘 담겨있는 도시이다. 부다페스트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의 이름에 대해서 잘 이해하는 것이 좋다. 부다페스트는 바로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 있는 부다 지구와 동쪽의 페스트 지구가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다. 옛 왕궁이었던 부다성이 위치한 부다 지구는 주변에 왕족과 귀족, 그리고 부자들이 살던 부다 지구와 과거 서민들이 살던 구역에서 경제적 발전을 이룬 지금은 하나의 상업지구가 된 페스트 지구, 각자 특유의 매력을 지닌 두 지역을 오가는 재미가 있다.

 

먼저 페스트 지구부터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첫 번째 방문지로 그레이트 마켓홀을 삼고 싶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큰 실내 시장인 이곳은 부다페스트의 문화를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각종 기념품과 특산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마켓홀을 다 보고 나면 바로 앞 정거장에서 트램을 타고 15분 정도만 이동하면 성 이슈트반 대성당에 다다른다. 여느 유럽 도시가 그렇듯 성당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돼 있다. 부다페스트에는 성 이슈트반 대성당 중심으로 볼 것들이 많다. 각종 식당과 기념품 가게는 물론, 백화점이나 명품 상점들이 있는 ‘패션 스트리트’, 그리고 도심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부다 아이’가 있다. 대성당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열리는데, 최근 몇 년간 늘 1위를 놓친 적 없을 만큼 큰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한다. 운 좋게 시기가 맞아서 크리스마스 마켓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도심을 충분히 즐겼다면 다뉴브 강가를 따라 부다 지구로 향해보자. 멀리 보이는 어부의 요새와 부다성의 성벽이 강을 건너기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한다. 버스를 타고 언덕을 쭉 올라가면 부다 성의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주차장에 내려서 커다란 엘레베이터를 타면 힘들게 계단을 오르지 않고도 부다성까지 올라갈 수 있다. 과거 헝가리 독립 전쟁과 세계 대전을 거치며 많이 파괴되었지만 헝가리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1950년대에 다시 왕국이 재건되고 나서는 헝가리 국립미술관, 세체니 국립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며 헝가리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되었다. 높이 위치해있다 보니, 강 건너 페스트 지구의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부다성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뭐니뭐니해도 부다 지구의 ‘풍경 맛집’은 어부의 요새가 아닐까. 부다성에서 뒤쪽으로 형성된 마을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어부의 요새까지 10분 만에 다다를 수 있다. 화려한 모자이크형 지붕의 마차시 성당이 가장 먼저 보이는데 마치 동화 속 공주의 성을 찾아온 것 같다. 앞쪽에는 아치형으로 된 성벽이 쭉 둘러져 있는데, 그 사이로 멀리 부다페스트의 가장 유명한 건물인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유럽 3대 야경에 속하는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러 많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아치 아래에 걸터앉아 국회의사당이 보이게 인생 사진을 찍어주면 완벽한 부다페스트 여행 완성이다.

 

 

 

 

유럽의 심장부,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서유럽과 동유럽을 이어준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넓은 지역의 유럽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유럽의 정취를 잘 담고 있는 곳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근거지였기 때문인지, 왕궁이 많이 있다. 왕궁을 따라서 도시를 여행하는 맛이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가장 명성이 높았던 마리아 테레지아의 이름을 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에서 출발해 보자.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중심에 있는 광장의 양쪽에는 쌍둥이처럼 서로 꼭 닮은 두 개의 건물이 있는데, 미술사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다. 미술사 박물관은 오스트리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미술품이 주를 이루며 클림프가 그린 벽화를 전시한다. 자연사 박물관에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마리아 테레지아의 다이아몬드 부케 등을 소장하고 있어 어느 박물관에 가도 만족스럽게 관람을 하고 올 수 있다.

 

 

광장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호프부르크 왕궁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에 홀리듯 다가가게 된다. 왕궁을 쭉 따라서 발길 닿는 대로 걷기만 해도 비엔나 여행을 알차게 할 수 있다. 미하엘 광장에서 왕궁 건물과 맞은편에 멀리 지평선을 따라 보이는 비엔나의 풍경을 눈에 담고 앞으로 나아가면 왕궁의 출입문인 미하엘 문에 다다른다. 미하엘 문의 안쪽에는 엘리자베스 황후의 생활공간이 전시된 시시 박물관이 있다. 엘리자베스가 오스트리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황후인 만큼 박물관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있다.

 

 

미하엘 문을 지나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비엔나의 낭만을 즐겨보자. 직진하다 보면 알베르티나 박물관이 나오는데, 클림트, 에곤 실레, 피카소, 르누아르 등의 거장의 작품이 전시된 유명한 미술관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주인공들이 데이트를 즐겼던 장소이기도 하다. 박물관 앞 대로에서는 마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차의 등장만으로 중세 분위기가 확 느껴진다. 알베르티나의 맞은편에는 오페라 극장이 있는데, 그 옆에는 비엔나에서 유명한 자허 카페가 있다. 인기 있는 카페여서인지 줄도 길지만 그만큼 회전도 빠르다. 대표 메뉴는 오스트리아의 인기 디저트인 자허 토르테. 상큼한 살구잼이 발린 시트에 진한 초코가 코팅된 케이크다. 크림을 올려서 비엔나커피 한잔과 함께 맛보면 딱이다.

 

 

비엔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케른트너 거리를 쭉 따라가 보면 비엔나의 중심지 슈테판 대성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8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이 성당은 노란색 포인트가 있는 모자이크 무늬의 지붕이 더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카메라로 한 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성당을 한참이나 바라보게 된다. 슈테판 대성당을 뒤로하고 낭만적인 거리를 걸으며 비엔나 여행을 마무리한다.

 

동유럽의 파리, 체코 프라하

<프라하의 연인>, <뷰티인사이드> 등 유명한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지가 됐던 프라하. 그만큼 우리가 동유럽 하면 떠올리는 낭만의 이미지는 프라하에 가깝지 않을까. 앞서 만나본 도시들 못지않게 먹거리와 즐길거리도 풍부하고 풍경도 아름다운 도시이다.

 

 

아기자기한 매력이 묻어나는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은 오랜 시간 프라하의 중심을 지켜온 곳이다. 광장의 중심에는 천문 시계가 있다. 1400년대에 만들어진 이 시계는 당시 사람들이 천동설을 믿었기 때문에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들이 도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천문시계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그넷 등 기념품도 많이 있다. 매 정각마다 인형극이 펼쳐지는데, 인형극을 보러 천문시계를 찾는 인파로 항상 붐빈다. 프라하에서도 매 연말이면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열리는데, 은은하게 들려오는 캐롤을 들으며 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고 있자면 저절로 소원을 빌고 싶어진다.

 

 

구시가 광장이 있으면 신시가 광장도 있는 법. 구시가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바츨라프 광장이 있다. 멀리 보이는 국립 박물관 앞으로 길게 펼쳐져있는 광장은 얼핏 보면 서울의 광화문 광장을 떠오르게 한다. 광장 양쪽으로 식당이나 쇼핑거리가 형성돼 있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시가 광장에서 바츨라프 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하벨 시장은 매일 열리는 작은 규모의 시장인데,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구경할 수 있어 한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체코에서 꼭 먹어봐야 할 간식, 우리에게는 굴뚝빵으로 알려진 트르들로도 한번 먹어보고, 우리에게 둘리와 같이 체코의 국민 캐릭터인 크르텍이 그려진 기념품도 하나 골라보면 아주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가 넘어가며 하늘이 핑크색이 될 때쯤, 카를교로 향해보자. 야경도 정말 아름답지만, 야경을 보기 직전 노을이 지는 풍경이 로맨틱한 장소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도 많이 나오며 낭만적인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카를교도 이때가 딱 건너기 좋을 때가 아닐까 한다. 선선한 바람과 멀리 보이는 도시 풍경, 다리 중심에서 펼쳐지는 버스킹 공연까지 더해지면 낭만 최대치다. 카를교에는 여러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중간쯤에 있는 성 요한 네포무크 동상을 만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동상의 아래쪽에는 2개의 부조가 있는데, 오른편에 네포무크가 그려진 부조는 자신의 소원을, 왼편에 개가 그려진 부조는 반려동물을 소원을 빌어준다고 한다.

 

 

카를교를 건너가면 프라하성에 더 가까워진다. 계단을 꽤나 올라야 해서 가는 길은 험난할 수 있지만, 성에 도착하고 나면 눈앞에 펼쳐진 프라하의 전경에 힘들었던 것도 싹 잊힌다.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히는 프라하의 야경을 보기 좋은 명소이기도 하다. 프라하의 전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성 안으로도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성 비투스 대성당, 이르지 광장 등 성안도 하나의 마을처럼 형성돼 꽤나 볼 것이 많다. 성 안까지 다 둘러보면 프라하에서의 낭만도 알차게 채운 것이다.

 

 

동유럽은 오랜 역사와 다채로운 매력을 담고 있는 곳이다. 서유럽의 매력, 남유럽의 열정을 모두 느꼈다면 그 다음은 동유럽의 낭만을 느껴볼 차례가 아닐까. 안데르센에서 오랜만에 동유럽 여행을 재개한다. 다음 청소년 봄방학 여행으로 동유럽 코스가 신설됐다. 더 일찍 동유럽의 매력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여름에 가족 여행과 키즈 여행에서 동유럽 코스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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