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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이 들려주는미국 대학 이야기: UC버클리

월간 안데르센 2025.3월호

by 안데르센 2025. 3.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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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남)부에는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8개의 사립대학군이 있다. 대학 스포츠리그로 출발했다가 담쟁이덩굴(Ivy)로 학교가 꾸며졌다는 공통점으로 묶이면서 미국의 명문대집단으로 자리매김한 대학군들이다. 미국 서부에는 동부의 아이비리그에 비견되는 UC계열의 대학시스템이 존재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일명 UC 계열의 대학교는 말 그대로 캘리포니아의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캠퍼스들을 말한다. 주립대학들 중 최상위권으로 손꼽히는 UC버클리와 UCLA 외에도 UC산타바바라 UC어바인 UC샌디애고 등 미국대학평가에 상위권을 차지하며 성공적인 대학교육방식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인데, 서부에는 이런 UC계열의 주립대 외에도 스탠퍼드나 칼텍등의 사립대학들이 존재하며 아이비리그에 견줄만한 학군을 뽐내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대학들 중 청소년들이 가장 흥미있어하고 좋아하는 대학인 UC버클리로 함께 떠나보려고 한다. 최초의 UC계열 대학인 버클리는 1868년에 설립됐다. 우리는 조선의 고종 때였고 중국은 청나라, 일본은 메이지유신 즈음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중세말기에서 근대초기로 넘어가던 그 시기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근대로 넘어갔던 미국은 이 시기부터 주정부가 나서서 근대 교육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UC 시스템은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교육시설답게 LA의 금융지구, 실리콘밸리지역의 최첨단 기업들의 다양한 외부 인프라, 남미와 아시아 등 다양한 문화들과의 교류가 유리한 지역적 조건등을 배경으로 두고 정착되고 성장한 교육 시스템이다. 버클리 캠퍼스를 시작으로 LA에 첫 번째 분교인 UCLA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어바인지역, 산타바바라지역, 샌디에이고지역, 등 캘리포니아의 여러 지역에 UC캠퍼스가 설립됐고 2005년 머세트 캠퍼스까지 현재 총 10개 캠퍼스에서 약 25만 명의 학생들을 키워내고 있다.

 

 

UC버클리는 이름답게 샌프란시스코만 건너편에 있는 버클리 시에 위치해 있다. 미동부의 하버드,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함께 전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대학이며 그 외에도 필즈상, 아카데미상, 퓰리처상 등의 수상자들이 즐비한다. 60여 개의 박사과정 분야에서 약 50여 개가 10위권 내에 포함돼 있으며 특히 화학과는 10개 이상의 원소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발견했고, 물리학과는 맨하튼프로젝트로 유명한 오펜하이머교수가 재직했던 곳이다. 오펜하이머 교수와 핵물질연구를 함께 한 로렌스 박사의 이름을 딴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과학연구소인 버클리 국립과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경영대인 하스도 버클리에 소속돼 있다. UC버클리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 최고 수준의 교수진과 대학원을 바탕으로 미국 대학 순위에서도 언제나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화려한 대학가를 지나 정문으로 들어오면 버클리대학교의 상징이자 정문인 세터게이트가 나온다.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한 이곳에는 학교본관 건물과 학생회관 건물 앞 광장이 있다. 이 광장은 1960년대 버클리에서 일어났던 언론자유운동(Free speech Movement)의 현장이 됐다. 당시 버클리 학생들이 대학 내의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제약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 운동은 캠퍼스 내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완전한 자유를 가능하게 했고 오늘날까지도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운동이다. 실제로 모핏 도서관옆 카페의 명칭이 언론자유운동카페이고 그 앞 광장도 이 운동을 기리는 광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세터게이트 앞쪽에 있는 학생회관은 마틴루터킹 주니어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며 실제 킹목사가 67년에 이 학생회관에서 7000여 명을 모아두고 연설을 했던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가 모였고 학내 언론과 학문의 자유를 지켜내며 미국 내에서 가장 진취적인 역사를 가진 버클리대학교는 다른 학교에 없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모든 건물의 문 손잡이가 한쪽만 있다는 것이다. 진취적인 학풍으로 학생들의 시위가 대학에서 많이 일어나다 보니 문 손잡이를 걸어 잠그고 농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경찰들이 농성을 푸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서 한쪽문에 만 손잡이가 달려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학을 다니다 보면 모든 건물의 모든 문이 손잡이가 딱 하나씩만 있는 걸 볼 수 있다.

 

 

 

버클리대학에는 샌프란시스코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벨타워가 있다. 매시 정각에 울리는 이 종탑은 세터타워라고 불리는데, 이 벨타워의 위쪽이 이공계 캠퍼스의 핵심이 되는 학과들이 모인 곳이다. 특히 물리학의 거장으로 불리며 로렌스와 함께 정부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핵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학생들을 가르쳤던 물리학과 건물이 있다. 이 건물 앞에는 둥근 구 조각상이 하나 있는데 재학생들 사이에는 ‘4.0 돌’로 불린다. 우리나라 대학과는 다르게 버클리는 학점 만점이 4.0인데, 이 돌을 만지면 학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며 신입생들이 한 번씩 만지고 가야 하는 미신이 있다.

 

물리학과 건물 뒤쪽 도로의 이름이 오펜하이머 스트리트이다. 원래 표지판이 있는데 작년 빅게임(스탠포드대학과 UC버클리의 미식축구경기) 때 스탠포드 학생들이 와서 뜯어갔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지역의 가장 큰 라이벌 대학의 스포츠 전인 두 학교사이의 이 빅게임은 1년 중 두 학교의 가장 큰 행사이다. 지난 127번째 빅게임에서는 버클리가 승리했다. 승리할 경우 도끼를 차지한다. 승리는 기분 좋지만 여기 표지판을 도둑(?) 맞는 바람에 다들 다음번 빅게임을 이를 갈고 기다리고 있다.

 

 

오펜하이머 스트리트를 건너면 화학과 건물이 나온다. 특히 화학과는 이 하나의 전공으로 학부 자체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의학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미국에서는 프리메드라고 부르는데, 의대가 없는 미국 특성상 우리나라로 치면 석사과정인 메디컬 스쿨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과이기도 하다. 특히 버클리의 화학과는 원소기호를 많이 발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1940년~1960년대 여기서 발견된 원소기호가 정말 많아서 UC버클리를 원소기호의 메카라고 부르기도 했다. 15개 이상의 인공원소들이 바로 이곳에서 발견됐는데, 특히 대표적으로 97번 원소인 버클륨, 98번 원소인 캘리포늄은 이 지역의 이름을 딴 원소기호라는 걸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버클리 하면 경영대를 빼놓을 수 없는데, 미국에서 와튼스쿨에 이어 두 손가락에 드는 경영대인 하스가 바로 버클리에 있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라는 노래가사가 이제는 현실이 된 시대이다. 실리콘밸리는 양복이 아닌 청바지를 입고 출퇴근한 지가 꽤 됐다. 하스 경영대학은 UC버클리 졸업생이자 수십 년간 전 세계 청바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리바이스의 경영자인 월터 A 하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이름을 하스로 명명했다. 하스는 신입생 250명을 받는데 이는 경영대학 자체의 신입생 50명, UC버클리 재학생 중 150명, 해외대학에서 나머지 인원을 받아들여 250명으로 구성되며 하스에 입학하는 순간 수많은 기업들과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기업과의 1차 면접이 아예 하스 건물 근처 야외테이블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실제로 인턴십 지원기간에는 야외 테이블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각자 티타임을 가지며 실제 면접들이 이루어진다.

 

 

대학 내 동아리, 학회문화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학회라는 것이 곧 인맥이 되고 그것이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학회에 들어가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학교 전체적으로 보면 약 1천여 개정도의 학회가 존재하는데, 학회 모집시즌이 되면 학교 메인스트리트는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모집경쟁이 뜨겁다고 한다. 학구열이 엄청난 대학인만큼 대학 내에는 약 30개에 달하는 도서관들이 있고 그 도서관들은 모두 지하로 다 연결돼 있다. 물론 지하도서관은 재학생들만 입장할 수 있는데, 도서관이 가득 찰 정도로 다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한다. 외부인들도 들어갈 수 있는 도서관들도 있으니 버클리를 방문한다면 잊지 말고 꼭 학교 중심에 있는 Doe Library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버클리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중세와 근대의 건축물들이 이곳저곳에 어우러져 있는데 그런 건물들을 보는 재미들도 쏠쏠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강의실이 있는 Wheeler Hall Auditorium이나, 서부를 탐험해 가던 시기부터 중요한 학문이었던 마이닝 등의 전공들이 모여있는 농대, 법대, 그리고 대학 내에서 실제 공룡뼈를 볼 수 있는 자연사 박물관등 방문할 곳들이 아주 많다.

 

UC 버클리에 숨겨진 더 많은 이야기들이 아직 많다. 청소년들이 정말 좋아하는 미국 대학교의 이야기, 안데르센의 미국 여행에서 마음껏 들어볼 수 있다. 동부의 UC계열 외에도 서부의 아이비리그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 미국 아이비캠프가 매 여름방학마다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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