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프랑스에서 혁신을 이끌어 가는 2개의 도시가 있다. 프랑스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리옹과 리옹 근처의 자그마한, 그르노블이라는 도시이다. 프랑스를 꽤 여행해 본 사람이라도 리옹은 가봤어도 그르노블은 거의 가본 적이 없을 것이다. 도시 내에서도 알프스가 보이는 관광적 요소가 가득한 도시이지만, 그르노블은 프랑스 내에서 기술의 도시로 통한다. 농업, 명품산업 그리고 관광업을 제외하고 프랑스를 이끌어 가는 힘이 궁금하다면 그르노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르노블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뉜다. 대학들이 많이 분포한 대학가와 싱크트론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산업단지이다.
대학과 기업, 이 2개의 장소는 그르노블의 혁신의 중심도시로 만들었다. 이번에 방문한 네이버 랩스 유럽과 그르노블 경영대학 (GEM)로 그르노블이 살아 숨 쉬는 도시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네이버 랩스는 싱크트론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했다. 어릴 적 동화에서 나오는 풀숲에 놓인 오두막 몇 채 들처럼 사람이 많은 번화가에서는 멀리 벗어나있다. 연구에는 집중하기 좋은 환경으로 보인다. 크게 쓰인 네이버 로고가 없었다면 못 알아볼 뻔 했다. 네이버가 유럽 최대의 인공지능연구소를 인수할 때만 해도 세기의 인수라며 시끌벅적했는데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꽤나 조용했다. 네이버 랩스는 크게 3채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리셉션 연구동 카페 공간 이렇게 3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주로 미팅룸과 응접실로 사용되는 건물은 공사 중이었다. 네이버 랩스 유럽은 주로 AI와 로봇의 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컴퓨터 비전을 주 기술로 하고 있다. 카페 안에서 기술자들이 꽤나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토의를 이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건물 내부는 관계자 외에 출입이 어려웠다. 그래도 네이버 랩스 유럽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웬 생뚱맞은 곳에 지은, 네이버 랩스가 아닌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지은 네이버 랩스였다. 주위로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대도시와는 거리가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연구실을 세우는 선택이 독특하게 느껴지겠지만 연구원들의 복지까지도 고려한 선택이었음을 현장에서는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머리 아프게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다가도 가끔 한숨 돌리기 위해 보는 바깥 풍경이 알프스라면. 또 일을 끝내고 근처에 있는 알프스에서 스키와 하이킹을 즐기며 보내는 삶이라면.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두고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이유가 충분히 예상됐다.
그르노블의 알프스가 연구원들의 훌륭한 복지환경을 만들었다면, 그르노블의 대학 단지는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만들었다. 그르노블에는 다양한 분야의 대학이 존재하는데, 그 덕에 많은 인재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모여있다. 그르노블 과학기술대학원(INP), 그르노블 알프스 대학교(UGA),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 센터(CNRS), 그르노블 경영 대학(GEM) 등 경영, 기술 및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및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들이 넘쳐난다. 여기서 길러진 인재들은 곧 그르노블의 기업의 소중한 인적 인프라가 된다.
그중 그르노블 경영 대학(Grenoble Ecolde de Management)를 방문했다. 그르노블 경영 대학, 일명 GEM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특수한 고등교육기관, 그랑제꼴에 해당한다. 그랑제꼴이라고 하면 상위권 학생들 중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 다니는 그런 대학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르노블 경영대학은 프랑스에 있는 상경계열 그랑제꼴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학 중 하나인데, 1층을 본 순간 대학의 수준이 보였다. 1층의 절반이 도서관이었다. 사이사이마다 책상들이 있었는데, 책을 읽는 학생도 많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토의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용하고 공부만 하는 도서관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많이 모아두기도 했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공부를 하게끔 하는 환경이었다.
복도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2층에는 강의실과 동아리실들이 보인다. 한국 대학들에서 자주 보이는 대형 강의실이 아닌 교수 한 명이 학생들과 밀접히 대화할 수 있는 소규모의 강의실들이 많았다. 강의실도 일렬식이 아닌 교수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있었다. 실제로 진행하는 수업들을 들어보니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보다는 서로 토론하는 형식의 수업이 다수를 이뤘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 인재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그런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대학가와 기업 단지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은 단순한 지리적 이점을 넘어 이를 바탕으로 서로 간의 연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르노블 경영 대학에서 22년과 23년 사이 만난 기업들 수만 해도 30개다. 단순히 양적으로만 높은 게 아니라 이름만 대면 다들 알법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그런 세계적인 기업들과 학생 때부터 연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기업과 학교 모두에게 메리트인 지점이다.
알프스산맥 사이 프랑스의 작은 도시 그르노블, 기술 · 교육 · 문화 · 관광 다양한 매력이 넘쳐흐르고 있다. 네이버 랩스와 그르노블 경영 대학만으로 그르노블을 다 알기에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기업과 대학의 끊임없는 연계가 도시의 생기를 더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여름 대학생 경제경영 유럽여행 체인저 1기에서 이곳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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