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 대학생 유럽 미술 기행 참가자 후기입니다
귀국한지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여행에서의 기억으로 한 학기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함께라서 좋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됐던 미술기행이었다.
단장님과 부단장님은 사람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데 나도 사람 덕분에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고민도 많고 생각도 무거웠던 삶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좋으면 좋은 대로 지내보니 이제야 풍경도 보이고 친구들도 보이고, 작품이 온전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다가 어느순간부터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한국에 가서도 느낄 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방식대로 살면 내가 프랑스에 있든 한국에 있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로 여행 이후에 마음이 편해져서 여유가 생긴게 느껴진다!!
미술기행으로 내면의 여유뿐만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자세도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타고 있던 버스를 갑자기 정비하느라 1시간 가까이 멈춰있던 때가 있었는데, 이때 단장님과 잡담을 나누었다. 버스 안에만 있자니 너무 심심해서 저 멀리 앉아 있는 단장님께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미술에 대한 나의 고민도 털어놓게 되었다. 나는 미술과 미술사가 참 좋은데 어느순간부터 작품을 직접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단장님은 "네가 다 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라며 단장님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단장님과의 잡담이 더 고조될 무렵, 버스 배기관에서 시커먼 가스가 나와서 그 뒤에 앉아 있던 우리는 콜록거리며 도망 나왔고 결국 이야기는 흐지부지되었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은 기분이었다.
그 뒤로 그림을 볼 때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와 지식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을 뒤로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펴보았다. 어떤 그림은 내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고, 또 어떤 그림은 의외로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뭐든 알아내겠다고 혼자서 그림과 사투를 벌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친구와 키득거리며, 마치 그림이 관찰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인 것처럼 가볍게 훑고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점은, 오히려 키득거리며 본 그림이 더 기억에 남고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그림만 볼 수밖에 없던 작품이 더 기억에 남았다. 더 나아가서는 감히 거장의 작품을 내 취향과 입맛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림과 여행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정말 유명한 그림을 보러 나선 것이지만 결국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소한 작품이었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극적인 경험을 기대하고 갔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소중한 추억은 사소한 것들이었다. 여행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친구들과 저녁에 내일 뭐 할지 이야기 나눈 것, 저녁때 한 테이블에 모여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며 깔깔 웃은 것, 마트를 돌아다니며 충동구매한 것, 점심때 기본 2시간씩 밥을 먹으며 여유를 즐긴 것들 말이다.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이 친구들과 한국에서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여행지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새로운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단장님과 부단장님이 그러하듯 나도 사람 덕분에 더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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