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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을 드러낸 에콜 데 보자르

월간 안데르센 2024.10월호

by 안데르센 2024. 10. 1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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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 보자르 파리(Beaux-Arts de Paris)라고 불리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프랑스의 미술(Beaux-Arts) 학교(École)이다. 보자르(Beaux-Arts) 미술이라는 뜻의 불어이지만 보자르(Beaux-Arts) 자체가 에콜 보자르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른 수식어 없이 미술 자체를 의미하는 학교, 파리를 대표하는 권위 있는 미술학교 에콜 보자르. 이름에서부터 자부심이 보인다. 년에 개방하는 학교.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없는 학교. 에콜 보자르를 드디어 오늘 방문한다

 

정문에 서서 에콜 보자르를 바라본다. 친구들과 방문해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청년들, 어린아이들과 손을 잡고 중장년의 성인들, 나이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에콜 보자르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모였다. 오늘은 에콜 보자르 학생들과 파리 시민들이 만나는 날이자 하나의 작은 축제의 날이다. 에콜 보자르 문을 지나면 에콜 보자르 학생들이 배지를 차고 학교 안내 팸플릿을 나눠준다. 학교 지도와 함께 방문해야 6개의 장소를 표시한 종이를 받아 오늘 가볼 곳들을 살펴봤다. 생각보다 넓지 않아 금방 돌아볼 있을 같다. 

 

 

번째 장소는 연구의 궁전과 보나파르트 광장 (Cour Bonaparte et Palais des études)

에콜 보자르의 대표적인 건물 연구의 궁전 건물과 광장이다. 광장에는 30분마다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를 듣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마이크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광장을 지나 연구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겉으로 보기에 소박해 보이는 건물 안은 어떨지. 드디어 베일에 싸인 에콜 보자르의 모습을 보게 된다. 

 

 

번째 장소는 유리 안뜰 (Cour vitrée)

연구의 궁전 안으로 들어가 바로 보이는 곳이 유리 안뜰이다. 연구의 궁전 건물은 중심에 유리 안뜰을 둘러싸고 공간이 구성돼 있다. 마치 네모난 도넛같은 모습이다. 넓은 공간을 완전히 덮는 유리지붕으로 환한 햇빛이 들어온다. 인공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간을 환하고 생기 넘치게 만들어준다. 2007년부터 2년간 유리 안뜰의 본모습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복원한 장소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거부터 있어온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1800년대에 이곳은 루브르 박물관의 조각품들을 수용했던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학생들은 자유롭게 유리 안뜰에 있는 조각품들을 그렸다고 한다. 벽을 따라 전시된 조각상들이 과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유리 안뜰은 학생들을 위한 파티, 우아한 레스토랑, 발표장 등으로 변신하며 사람들이 모일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학생들의 작품들을 전시할 있는 전시 공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유리 안뜰은 반드시 2 복도에서 바라보기도 해야 한다. 1층에서와는 다르게 한눈에 보이는 모습. 유리 천장과 진한 빨간색의 조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박물관에 왔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장소를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학생들은 예술가가 것이다.

 

 

번째 장소는 명예 원형 극장 (Amphithéâtre d'honneur)

유리 안뜰을 지나면 숨겨진 공간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공간 같지만 줄을 따라 한쪽에 뚫려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생각지 못한 장엄한 원형 극장이 나온다. 반원 모양의 벽에는 여러 시대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시대의 복장을 하고 토론을 벌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중앙에 피디아스(Phidias), 익티누스(Ictinos), 아펠레스(Apelle) 명이 모임을 주재하며 그들의 주변에 기대어 서있는 명의 여성은 그리스, 로마, 고딕, 르네상스 예술의 시대를 상징한다. 왼쪽에 색채파 예술가들을, 오른쪽에 드로잉파 예술가들을 배치한 섬세함도 보인다. 아테네 학당을 기억하게 하는 역사적 재현으로 어떤 벽화보다 명예 원형 극장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과거 최고의 학생들에게 로마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이론 과목 교수들의 강의도 진행됐다. 예술 철학(Philosophie de l’art) 강의는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강의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졸업식 등의 공식 행사를 진행하는 원형 극장이다.

 

 

번째 장소는 도서관 (bibliothèque)

작은 책방에 들어가는 듯한 입구다. 거대한 마호가니 나무문이 활짝 열려 우리를 부르는 듯하다. 일자 복도 같은 구조로 벽과 중앙 책꽂이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다. 학생들이 앉아서 공부하거나 책을 있는 책상들과 기대어 서서 책을 있는 책장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의 도서관. 복잡하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필요한 가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이다. 도서관이 주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군데군데 열려있는 유리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학교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있는 곳이라고 있다.

 

 

다섯 번째 장소는 프티-오귀스틴 예배당 (Chapelle des Petits-Augustins)

에콜 보자르 건물은 처음부터 학교로 사용되지 않았다. 7세기 프티 오귀스틴 수녀원을 위해 지어졌으며 흔적이 남아있는 유일한 공간이 프티 오귀스틴 예배당이다. 1795년부터 프랑스 기념물 박물관으로 사용됐다. 현재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작품들이 보존돼 있다. 반가운 작품이 보인다. 이탈리아 베드로 성당에서 만났던 피에타상이다. 작품이 진짜인지는 없다.

 

 

여섯 번째 장소는 뽕나무 안뜰(Cour du mûrier)

프랑스 기념물 박물관의 설립자인 Alexandre Lenoir 심은 뽕나무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안뜰의 중앙에 아름다운 분수가 맑은 물을 뿜어내며 상쾌한 바람과 따사로운 햇빛이 있는 이곳. 에콜 보자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다. 마지막 장소 찾았다! 하며 카메라를 올린 순간 연필을 올리고 구도를 잡던 여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안뜰의 곳곳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로 가득 있었다. 연필로 드로잉을 하는 학생들, 작은 물감통으로 붓칠하는 할아버지, 색연필로 그림 그리는 어린아이들. 앉을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자리를 잡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쪽에 마련된 전지로 감싸진 테이블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기자기한 그림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눈을 없는 현장.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는 작은 축제였다. 프랑스에서 에콜 보자르는 소수의 예술가만 즐기는 공간이 아닌 지금 파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공유할 있는 예술의 장이다.

 

에콜 보자르가 영향력 있는 예술학교인 이유. 이는 현대적이고 특출난 예술가들을 배출했기 때문만이 아닌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나가며 많은 사람들과 예술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에콜 보자르가 가진 장엄함과 따뜻함과 자유로움에 젖어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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