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AONB(Areas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으로 지정된 곳들이 있다. 말 그대로 뛰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지역이라는 의미이다. 스코틀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에 50여 곳 정도가 있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오늘 설명할 코츠월드다.
코츠월드는 옥스퍼드와 브리스톨 사이에 있는 커다란 지역을 말한다. 런던에서는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지명 자체가 양의 우리를 뜻하는 고대 영어인 cot와 텔레토비 동산과 같은 구릉을 뜻하는 wold가 합쳐진 말로 하나의 도시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해발 약 200m대의 구릉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100개가 넘는 마을들을 통틀어서 코츠월드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가장 큰 자연 절경 지역으로 아름답고 고즈넉한 중세 영국 전통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2011년 제주 올레길과 협약을 맺고 ‘제주올레-코츠월드웨이 우정의 길’이라는 이름의 트래킹 코스까지 생겨 트래킹을 위해 세계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꼭 방문하는 곳이다.
코츠월드가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과 연관돼 있다. 지명 그대로 과거부터 코츠월드는 이 구릉지대에서 양을 키워왔고 자연스럽게 중세 시기부터 양모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18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들어서면서 코츠월드 지역보다는 해안가에 위치해 무역에 보다 유리했던 맨체스터 지역으로 양모 산업의 중심지가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200여 년간 시간이 멈추면서 변화와 개발의 바람이 코츠월드를 비껴갈 수 있었다. 지금은 영국의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들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런던 근교의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다.
영국도 우리나라처럼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주로 런던 맨체스터 버밍엄 지역을 주변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있다.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간직된 코츠월드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 고향이랄 것이 없는 영국인들에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도시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인들이 가장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곳으로도 꼽히고 유명인들의 별장들도 많은 휴식처이기도 하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이자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가 뛰고 있는 인터마이애미의 구단주인 데이비드 베컴의 별장도 이곳 코츠월드에 있다. 코로나 때 도시를 떠나온 가족이 이 코츠월드에서 머물렀던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 외에도 세기의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나 영국의 유명 배우 휴 그랜트의 별장도 이곳에 있다. 미국 서부의 할리우드가 본격적으로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어부지리로 그 근처의 베버리힐즈 라는 지역이 신흥부촌으로 커지게 되면서 베버리힐즈가 보통명사화됐는데 이곳 코츠월드를 영국의 베버리힐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다.
코츠월드에는 특히 유명한 마을들이 몇 개 있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바이버리, 코츠월드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버톤 온 더 워터, 코츠월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스토 온 더 월드 같은 도시들이다.
특히 이중 바이버리는 영국의 문학가 윌리엄 모리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이름 붙이는 바람에 지금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아기자기한 돌집과 오솔길들이 유명하다. 특히 1920년 일왕 히로히토가 왕이 되기 전 어린 시절 유럽에서 머물렀던 도시로 일본인들에게 더 유명한 도시다. 요즘 유럽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보는 것이 몹시 어려운데 이곳 바이버리에서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마을에서 유명한 것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연립주택이다. 알링턴 로우 라는 13세기에 지어진 주택들이다. 이 주택가는 국가가 보존하고 있으며 영국인들의 여권에는 이 연립주택이 들어가 있다. 이곳이 바로 영국의 정통성을 상징한다는 것을 영국 정부가 공인해 주는 셈이다. 우리나라 여권에는 훈민정음, 거북선 등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과 비교해 보면 영국에서 이곳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지은 지 수백 년이 훨씬 넘은 건물이지만 영국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형태의 연립주택 식 거주 단지가 정말 많이 있다. 이런 방식의 건축은 지금 영국 하면 떠오르는 마을건물의 상징과도 같이 돼 있다.
건물의 색도 코츠월드 지역에서 나는 특이한 석회암 색이라 묘한 공통성과 함께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버튼 온더 워터는 코츠월드의 베니스로 불리는 만큼 마을 한가운데 강이 흐르고 있다. 사실 강이라고 할 수 없고 개울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깊지 않고 맑아서 어린아이들과 동물들의 놀이터이자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의 힐링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강은 윈드러쉬라고 하는 강이다. 이 강의 발원지가 여기 코츠월드의 구릉들이다. 여기에서 나온 물들이 흐르고 흘러 런던의 템즈강으로 합류하게 되는 만큼 더욱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총 5개의 아치형의 돌다리들로 이 강을 건널 수 있는데 건널 때 보이는 풍경들이 특히 예쁜 곳이다.
코츠월드에서 가장 활기찬 마을로 여기에는 오직 3,500명의 주민이 등록돼 살지만 매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30만 명이 넘는 곳이다. 강 주변을 따라 관광지가 형성돼 있다. 상업화된 곳이지만 그런 가게들도 모두 코츠월드의 석회로 만든 건물들이라 분위기가 또 다르다. 상업화된 곳인 만큼 먹을거리도 많다. 특히 이곳에서는 베이커리 집들의 스콘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영국답게 차등이 유명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사 들고 강변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토 온더 월드는 코츠월드 고원에서 가장 높은 구릉에 위치한 마을로 과거 로마 시대에 로마인들이 브리튼 섬을 지배하기 위해 건설한 도로 위에 있는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교통의 편리한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양모 제품이 거래됐고 그 힘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나름 큰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역사를 이어받아 시청 앞 광장 이름이 마켓광장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갖가지 빛나는 보석들을 팔고 있고 지상층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장 주변으로는 코츠월드 색상 건물에 골목골목 엔틱한 가게들도 모여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시청 옆으로 세인트 에드워드 교회가 있다. 1600년대 10년 가까이 치열한 교전이 지속된 왕당파와 의회파가 격돌했던 영국시민전쟁의 마지막 격전지로 이 전투에서 패배한 왕당파 군사들을 포로로 잡아둔 곳이다. 당시 문을 걸어 잠근 채로 왕당파들을 가둘만한 곳이 당시에는 교회뿐이었다고 한다. 왕권신수설을 믿었던 사람들이 교회에 갇히게 된 아이러니인데, 당시 포로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실제로 고풍스러운 외관과 스테인드글라스, 주변의 마당이 아주 아름다운 교회인데 세상에서 가장 고풍스러운 감옥이 아니었을까 한다.
영국 여행을 하면 보통 런던만 머물기 마련인데, 하루 이틀 여유롭게 시간을 내서 방문하는 마을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코츠월드 지역을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25년 2월 안데르센 키즈영국여행에서 코츠월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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