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깊은 산골짜기에 푸른빛이 가득한 강, 내리쬐는 햇살과 시원한 바람. 알프스산맥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풍경이다. 스위스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는 도시가 있다. 바로 인터라켄이다. 인터라켄은 ‘호수 사이’라는 뜻으로,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위치해있다. 산을 끼고 강을 사이에 둔 지형은 인터라켄이 스위스 자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시임을 말해준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 곳곳만 해도 알프스산맥이 보이고, 가는 길에 보이는 호수가 보이면 인터라켄에 도착함을 말해준다.
보통 액티비티를 많이 하는 사람이 찾는 곳은 인터라켄 동역. 하지만 우리는 오늘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바로 뮤렌 마을이다. 뮈렌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인구가 450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 인구수의 배가 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융프라우, 피르스트, 높은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알프스의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뮤렌마을을 찾기 위해 케이블카와 산악열차에 몸을 실었다. 스위스에 머무는 날이 많지 않은 만큼 날이 좋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뮤렌마을을 오르는 길에 보인 안개들은 마음의 근심을 더 했다.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고도 할 수 있는 날씨는, 인간의 영역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 우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안개가 낀 알프스의 봉우리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해발 1638미터에 있는 뮤렌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멀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1950미터니까 거의 그에 근접하는 정도. 물론 라우터브루넨에서 출발해서 많은 고도를 올라간건 아니었지만 케이블카는 한국에서 본 것과 풍경도 높이도 달랐다.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봉을 붙잡고 있었지만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에 절로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케이블카에서 산악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줄을 섰다. 모두가 왼쪽 창가에 앉으려 줄을 떡하니 서고 있었다. 안개 낀 풍경으로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그마저도 스위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쉽게 가질 수 없다는 것.
귀한 만큼 아름다움도 배가 되는건 아닐까.
산악열차를 타고 가면 뮤렌마을까지는 금방이다. 역에서 내려 곧바로 좌회전을 했다. 한국인들이 찾은 뮤렌마을의 최고의 포토스팟인 통나무를 찾기 위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직진했다. 통나무 주위는 휑했다. 정말이지 언제 어떻게 잘렸을지 모를 통나무 기둥이 보였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통나무를 올랐다. 나무에 올라서면 주위에는 알프스산맥과 오로지 나뿐이었다. 사진으로나마 알프스를 한 몸에 담았다. 안개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고 봉우리를 숨긴 알프스산맥은 자연의 위대함을 보이는 듯했다.
통나무에서 사진을 한껏 찍은 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봤다. 마을을 반 바퀴쯤 돈 순간부터였을까. 구름이 걷히더니 날이 순식간에 갰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뮤렌을 비추기 시작했다. 안개 낀 뮤렌도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지만 해가 비추자 뮤렌의 진가가 드러났다.
초록색으로 덮인 잔디와 스위스와 잘 어울리는 통나무집 그리고 뒷배경에는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알프스산맥까지. 당장에라도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머리를 예쁘게 땋고 화사한 원피스까지 입은 귀여운 꼬마아이가 잔디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알프스 소녀는 아니지만 하이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우리가 꿈꾸는 스위스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은 마을, 뮤렌. 뮤렌은 스위스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다. 초록색의 잔디밭과 그 위에 펼쳐진 통나무집들. 어디선가 하이디가 나와 노래를 할 것만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들만 모인 곳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매력을 알려줄 이 곳. 인터라켄의 많은 관광지들이 있지만 뮤렌마을을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올 여름 키즈스위스여행으로 다시 보는 날을 기약하며, 뮤렌과의 아쉬운 작별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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