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유퀴즈에서 신기한 수업을 본 적이 있다. 초등학교 교실내에서 월급도 받고 세금도 내고 보험료도 내고, 실제로 우리가 사회에서 하는 경제생활들을 닮은 활동들을 진행했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세금, 저축, 투자 등 다양한 활동을 생각보다 잘해냈다. 경제는 우리 생활과 가장 맞닿아 있는 사회의 한 분야지만 각종 능력을 평가하기 바쁜 우리나라의 교육에서는 배우기 힘든 교육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만 16세부터 집값을 내라고 교육하는 유럽의 경제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여기 유럽 최초의 경제박물관이 있다. 여의도만 한 도시에 100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다는 파리에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6월에 개관해서 그런지 아직도 새 냄새가 난다.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입구에서 들어가는 순간부터 새 냄새가 난다. 경제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을 수도 있다. 다만 곳곳에서 보이는 흥미로운 체험들은 곧 경제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시테코는 프랑스 중앙은행의 관리 하에 경제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경제를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프랑스 중앙은행에서 관리하는 경제박물관이라니, 쉽게 연상이 가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에서는 경제에 대한 교육을 주요 임무로 택하고 있는데, OECD에서 2012~2014년 기준, 13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프랑스 학생들의 경제 지식이 평균보다 낮었다는 결과가 생각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듯하다.
1관 '거래'
건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3층까지 있고,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 관이 있다. 특이점은 ‘거래’, ‘관계자’ ‘시장’, ‘불안전성’, ‘규제’, 국고‘ 각 관마다의 체험하고 게임할 거리들이 넘친다는 점이다. 순서를 정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화폐의 시작은 거래에서 시작되었다. 소 한 마리에 쌀 3가마니를 교환하며 서로에 값어치에 맞는 물건들을 교환했다.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딱 알기 좋게 표현했다. 아이들이 있는 체험 공간에 가니 옷 입히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캐릭터에 옷을 입히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론 좋은 옷을 갈아입히는데 집중해 있었지만, 이를 통해 교환의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봤을 것이다.
2관 '관계자' & 3관 '시장'
그 다음은 ‘관계자’ 관으로 넘어갔다. 관계자라고 하니, 굉장히 딱딱해 보이지만 행위자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경제생활에 참여하는 행위자를 말한다. 실제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부터 기업, 은행, 협회, 국가 등 여러 큰 단위들도 해당한다. 큰 원형 틀에 사진들과 영상이 떠 있으니, 이해를 더욱 돕는다. 경제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달까. 텍스트도 좋지만 역시 기본은 이미지로 이해하는 게 크다. 세 번째 관은 ‘시장’이다. 시장은 물리적 형태이든 아니든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장소이다. 각 상품과 서비스에는 어디나 시장이 존재한다. 식자재를 사고파는 시장도 시장이고,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도 시장이다. 요새는 초등학생부터 주식을 사고팔며 직접 시장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주식시장’이라는 게임을 통해 트레이더의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다.
4관 '공황'
이제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을 볼 차례다. 자본주의가 만들어진 이래로 항상 공황은 있어왔다. 오죽하면 공황은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이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공황이 있으면 호황도 있기 마련. 자본주의의 주기를 배우며 우리가 현재 속해있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시테코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는 경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객관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는데, 곳곳에 그런 흔적이 가득했다. 우리가 현재 속해있는 시스템의 빛과 그림자를 다 아는 일. 양면을 보는 훈련을 시키는 교육이 가득했다.
5관 '규제' & 6관 '국고'
5관과 6관은 각각 ‘규제’와 ‘국고’를 주제로 하고 있다. 각 국가의 규제정책을 다루며, 국가마다의 다른 경제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관련된 체험활동으로는 한정된 자원으로 이를 발전시키는 선장이 되는 게임이다. 한나라의 국가수반이 되기는 어려워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기분이랄까. 마지막관은 화폐에 다룬다. ‘국고’를 주제로 하고 통화의 역사 및 각국의 통화를 다룬다. 경제를 주제로 한다고 해서 지루할 거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오히려 설명이 너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설명과 체험의 비율은 30:70정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경제를 교육한다는 시테코의 설립 목적에 딱 걸맞다. 경제에 대한 조기교육이 갈수록 강조되는 지금, 경제박물관은 경제를 이해하기 가장 알맞은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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