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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로랑 샤우아트(Laurent Chaouat)와의 만남

월간 안데르센 2024.6월호

by 안데르센 2024. 10. 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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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소개>
1964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파리 지역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인 즈위 밀슈타인의 스튜디오에서 응용 미술을 공부했고 1990년부터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샤뗄레호라는 도시에서 시각 예술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로랑 샤우아트가 가장 좋아하는 테마는 흰색이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재현하고 형상의 윤곽을 그려내는데, 이 모든 몸짓은 흰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비유적인 요소와 레이어를 사용하여 단편적이고 절제된 스타일로 인간의 모습과 신체를 불러일으킨다. 
           
서양미술기행 4기 참가자들은 특별 프로그램으로 바뉴(Bagneux) 지역의 아뜰리에를 찾았다. 화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아뜰리에였다. 문 앞에서부터 반갑게 맞이한 화가의 작품 소개로 화가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로랑 샤우아트
저는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제 작품 활동도 하고 대학에서 판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뜰리에에 걸린 작품들은 최근 작품들입니다.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작품을 통해 소통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답을 찾았습니다. 저는 한지로 작업합니다. 10년 전부터 우연히 한지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항상 얇은 종이로 작업합니다. 얇으면서도 견고해야 합니다. 워낙 종이의 질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이 커서 작품에 적절한 종이를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히말라야 산 아래의 제작소에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파리의 유명한 화방에서 좋은 재료를 찾은 것이 한지였습니다. 루브르 앞 유명한 화방에서 만난 직원과 친해져 추천받은 종이가 바로 한지입니다. 아주 완벽했습니다. 10년 전 한지를 알게 된 후부터 한지만 쓰고 있습니다. 
     
저는 어떠한 규정보다는 단편들의 재조합에 따라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근법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제 작품의 특징입니다. 저는 판화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판화 기계를 이용하기도 하고 목판화를 하기도 합니다. 

 

참가자
작가님이 사용하는 재료들도 보고 싶습니다.  
     
로랑 샤우아트
제 작품에서 아시아풍이 느껴진다고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제스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바닥에서 주로 활동합니다.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지 않죠. 중력을 이용한 힘이 작용합니다. 저는 직접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혼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파스텔을 좋아합니다. 제 손 느낌이 살아있는 에너지가 나타나는 것을 중시합니다.
        
파란색은 제가 최근에 좋아하는 색입니다. 최근 작품에 많이 쓰였죠. 먹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먹물을 이용해 종이와 제 손까지의 거리감을 표현합니다. 그 속에서 잉크가 묻어납니다. 저는 도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의 제스처와 그 결과의 표현 사이에는 도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붓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데 시간을 많이 씁니다. 붓 두 가지만 비교해도 느낌이 다르죠. 

 

 

참가자
작가님이 원근법을 피하고 표면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로랑 샤우아트
저는 원근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기초는 배웠습니다. 재가 재미없는 건 그게 가짜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진으로 본 공간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작품은 감각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현실과 같은 것을 추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픽을 표현한 언어적 표현을 하는 것이죠. 제 작품에 여백이 많아서 여백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표현하려 합니다.
          
예술가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꼭 합리적 결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큰 그림을 하나 그렸을 때 문득 잘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림을 6등분 하고 더 잘게 자르고 다시 조립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2주 정도 밑그림을 그리고 단편화를 하고 그다음 쌓아놓습니다. 어떻게 이것들을 재구성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한 조각씩 여기도 붙여보고 저기도 붙여보고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어떠한 과학도 논리도 없습니다.
      
갑자기 어느 날 제 작품을 자르게 된 건 아닙니다.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데, 저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작가들은 화가가 아닌 뮤지션들입니다. 음악을 만들 때 녹음을 했다가 재조합하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연관 없는 요소들이 모여있을 때 독자가 스스로 연관성을 만드는 것이죠. 

 

 

참가자
한국에서는 그렇게 했다가 수업 시간에 혼날 수도 있어요. 학교에서는 그림은 이렇게 그리는 거야, 틀에 박힌 내용들만 배웠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색다르네요.
         
로랑 샤우아트
저는 예술가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성이나 합리에서 찾을 수 없는 것, 직관과 감각적인 곳에서 오죠. 
그렇다고 예술작품이 사회적인 의미가 없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테크닉 등 이유를 찾으려 할 때 모순이 생깁니다. 요즘 디자인 작품은 독특한 것 같은 디자인을 찾습니다. 의뢰인들이 그런 작품들을 더 주문하기도 하죠. 디자이너는 그런 것을 만들 때 기술적인 것에 더 치중합니다. 
        
저는 예술가들은 어린 나이의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는 이미지의 공격이 많죠. 일어나서부터 잠자기 전까지 이미지의 공격이 계속됩니다. 제가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것은 인간성이 살아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날 예술시장은 많이 자본주의화됐습니다. 이런 것을 거부할 때 가지는 자유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포기하고 고르는 과정 속에서 저에게도 적합한 예술을 찾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이 참 시끄럽고 불안정한데 제 작품이 전쟁을 멈출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국 어떤 메시지를 사회적으로 전달하려고 하는가는 예술가들의 선택이고 삶의 경로가 반영된 것입니다. 

 


      
<마무리>
화가의 작품세계와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엿보기도 하면서 화가의 삶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화가를 만나 그의 작품도 보고 사용하는 도구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화가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들으며 예술적 감성이 더 풍부해진 기분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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