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남자가 있었다. 가난한 수선공 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배우를 꿈꿨다. 허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그가 제대로 된 연기를 할 리 만무했다. 볼품없는 외모와 실망스러운 연기력으로 사람들의 빈축을 샀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글을 쓰기로 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그의 글은 문법조차 엉망인 글이었다고 한다. 당시 주로 문화를 소비하던 귀족들에게서 철저히 무시되고 만다. 하지만 그의 재능과 열정을 높게 사준 감독은 그가 문법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후에 그가 쓴 글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인어공주>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벌거숭이 임금님>를 쓴 안데르센의 일생이다. 부잣집에서 자라 한평생 부귀영화만 누려왔을 것 같은 안데르센이 실은 매우 힘들게 작가가 됐다는 사실은 안데르센에게서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끔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동화에는 그의 삶이 물씬 묻어나 있다. 안데르센의 마지막을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비평가들과 귀족들의 무시에도 굴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펴냈다. 당시의 주된 독자였던 귀족들의 입맛에 맞는 글이 아닌 가장 아래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며, 끝내는 어른들의 인정까지 받았다는 것. 안데르센이 자부해도 되는 삶이 아닌가 싶다.
그런 그를 덴마크가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안데르센의 동상이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사 바로 옆에 지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라.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안데르센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안데르센은 덴마크를 넘어 북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사일 것이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삶에 귀감을 준다. 고난과 역경을 통한 성공일수록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듯, 아이들의 관심도 순식간에 안데르센의 삶에 집중됐다.
시청 옆 안데르센 동상은 우선 시선이 집중될 만한 충분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안데르센은 한 손에는 책을 들고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안데르센이 정면이 아닌 옆을 멀찍이 보고 있는데 그의 시선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궁금해진다. 아이를 위한 동화들을 늘 만들어왔던 것만큼 앞이 아닌 주위를, 늘 앞이 아닌 멀리 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지 추축하여 본다. 그가 꿈을 향해 보였던, 열정과 의지는 동상 앞에서 모인 이들에게 어떤 꿈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준다.
그의 힘이 세기를 넘어, 세대를 넘어 아직 우리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건 아직도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에 사람이 넘쳐난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직 인어공주 동상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이 한가득하였다. 세계 3대 허무 관광지라고 하는 곳으로 알려준 그 명성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 허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인어공주 동상이 얼마나 잘 만든 동상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는지 인어공주 동상을 둘러싼 인파는 1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몰랐다.
인어공주 동상을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바로 부산 동백섬에 있는 인어상이다. 같은 인어를 모델로 했지만, 두 동상의 유명세는 확연히 달랐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인어공주 동상은 오직 그 동상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했고, 동백섬이라는 유리한 위치를에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인어상은 현지 주민 몇몇만 그 존재에 대해 알 뿐이었다. 과연 두 동상의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우리는 여기서 이야기의 힘을 볼 수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안데르센은 죽어 자신의 이름과 함께 사람들에게 길이 기억될 이야기를 남겼다. 그 이야기의 힘으로 안데르센은 지금까지도 아이들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기억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인어공주 이야기를 모델로 해서 만든 인어공주 동상에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을 주었다. 이것이 옛 가야국의 신화를 배경으로 만든 인어상과 안데르센의 아름다운 비극 인어공주를 배경으로 만든 인어공주 동상의 차이다.
이야기의 힘은 강력하다. 우리를 한순간에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동화시켜 놓는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야기의 힘이다. 인간사의 온갖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문명을 더욱 꽃피웠을 수 있을까. 지식과 경험의 폭이 넓어진 현시대에도 이야기는 필수이다. 되려 필수적 요소가 됐다. 타인과 항상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공감을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안데르센이 우리에게 주는, 안데르센이 만든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는 생전 여행을 즐겼다고 한다. 인생을 통틀어 29번의 해외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을 기준으로 봐도 꽤 많은 횟수이다. 실연의 상처를 달래기 위한 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에 재미를 붙인 그는 여행 도중 자서전을 집필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은 내 인생을 젊어지게 하는 샘물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여행은 그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줬다. 여행을 통해 쌓인 풍부한 경험과 감정과 사색들이 그의 많은 책들을 낳은 게 아닐까.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와 경험의 소중함을 그를 통해 한 번 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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