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 봄방학 청소년 미술기행 강0진 학생 보호자 후기입니다
아이의 첫 유럽 미술 기행,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미술 기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1년 전이었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나서도, 취소가 가능한 마지막 날 (2024년 6월 말)까지 고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과연 아이가 혼자 다녀올 수 있을까? 이 여행이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부모로서 수없이 되묻던 시간이었죠.
7월이 되자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가 혼자 짐을 꾸릴 수 있을까? 공동체 생활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2024년 12월, 비행기 티켓이 발권되면서 더는 되돌릴 수 없음을 실감했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미술 기행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하는 날,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 순간
드디어 출발일. 텔레그램 공지방이 열리고, 공항에서 단체로 만나 아이들은 빨간색 안데르센 후드티를 받았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우리는 아이들을 배웅했습니다. 오랜 시간 떨어지는 것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처음이라 불안한 마음이 스쳤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습니다. 휴대폰 없이 온전히 여행에 집중할 이 시간이, 마치 우리 학창 시절 지도와 필름 카메라만 들고 다니던 그때처럼 아이에게도 특별
한 경험이 되길 바라며,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매일 아침 찾아온 안심과 기쁨
미술 기행에서 가장 반가운 순간은 매일 아침 텔레그램 공지방에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이었습니다. 한국의 아침은 유럽의 밤입니다. 출근길에 인솔 선생님들이 올려 주신 사진 속에서 아이를 몇 번이고 찾아보곤 했습니다.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웃음이 나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또한, 올라온 하루 일정을 확인하며 나도 구글 지도를 열어 봤습니다. 내셔널 갤러리, V&A 박물관, 고흐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아이가 걸었던 길을 따라 온라인으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감동이 된 '보이는 라디오'
특히 고마웠던 것은 '보이는 라디오' 시간이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보내는 영상이나 글을 일정 중에 틀어 주고, 그 순간 아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공유해 주는 시간이었죠. 아이가 내 메시지를 듣는 모습을 보니, 마치 그곳에서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큰 감동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열흘 만의 재회, 그리고 성장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 아내, 큰아이와 함께 공항에서 환영 플래카드를 만들며 어떤 말을 먼저 건넬지, 아이가 가장 먹고 싶어 할 음식은 무엇일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도착 시간에 맞춰 입국장에서 하염없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열흘 만에 만난 아이. 영화처럼 극적인 상봉은 아니었지만,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이를 이겨낸 용기, 그리고 무사히 돌아온 안도감이 뒤섞인 채 아이를 꼭 안아 주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자기가 경험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이야기해 줍니다.
아쉬움과 만족,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이도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단체 여행이다 보니 특정 미술관의 작품을 원하는 만큼 깊이 감상하지 못한 점 등 말입니다. 열흘이라는 짧은 일정 속에서 벨기에까지 다녀오는 여정이 다소 촉박했다는 점을 보면, 다음번에는 벨기에를 제외하고 영국과 프랑스에 더 집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에서 사 온 고디바 초콜릿을 맛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금세 사라지더군요.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미술 기행. 1년을 기다려 다녀온 여행이 우리 가족에겐 벌써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값진 시간이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보내고 싶습니다. 긴 시간 아이들과 함께해 주신 인솔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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