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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작은 보석, 코톨드 갤러리

월간 안데르센 2025.4월호

by 안데르센 2025. 4. 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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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번쯤 가본 사람은 영국박물관, 내셔널갤러리에 방문해봤지 않을까. 런던 여행의 묘미 하나는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에 무료로 방문해 마음껏 감상할 있다는 점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여행하기 좋은 도시이다. 서양미술의 축을 차지하는 영국 답게, 런던은 방문하고 방문해도 보석 같은 미술관이 나온다. 런던의 심장부 트라팔가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나의 보석 같은 곳이 있는데, 바로 코톨드 갤러리이다. 

 

 

트라팔가 광장에서 채링크로스 역을 지나 템즈강변을 따라 나있는 번화가를 따라가면 서머셋 하우스가 나온다. 16세기부터 영국 왕실의 궁전으로 사용된 여기에 코톨드 갤러리가 위치해 있다. 서머셋 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면 고흐의 자화상 이미지와 함께 ‘Welcome’이라는 문구가 여기가 코톨드 갤러리가 맞다고 반겨준다. 0 티켓 오피스에서 티켓을 발권해 입장하면 된다. 코톨드 갤러리는 런던의 미술관 중에서도 드물게 입장료가 유료인 미술관이다. 성인 기준 주중에는 10유로, 주말에는 12유로인데, 18 이하 청소년들은 무료, 학생증을 제시하면 학생들도 무료로 입장할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도 충분히 여러 작품을 감상할 있는데도 입장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코톨드 갤러리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코톨드 갤러리에는 여러 보석 같은 작품들이 많이 있다. 

 

 

코톨드 갤러리는 19세기 영국의 사업가였던 사무엘 코톨드의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의 이름 역시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직물 사업을 하며 예술가를 후원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예술을 많이 접해서인지, 코톨드는 남다른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코톨드는 예술 작품을 수집하면서 지인들과 손을 잡고코톨드 미술 연구소 설립했고, 연구소의 일부로서 1932, 코톨드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코톨드 미술 연구소는 지금도 영국 미술계에서 영향을 주고 있고, 코톨드 갤러리는 인상주의 거장들의 임팩트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며 예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귀족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주는 푸른 난간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감상이 시작된다. 미술관은 3층까지 있는데, 1층은 중세와 초기 르네상스의 회화, 2층은 15-19세기 유럽의 회화, 3층은 인상주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시대의 흐름을 따라 편하게 작품을 감상할 있다. 작품 옆에는 화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쉽게 적혀있어 예술을 모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있다. Courtauld Insight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포인트를 알려주기도 한다. 층에 있는 전시실마다 입구에 전시실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는데, 왕립미술 아카데미 학생들이 작품 활동을 하던 곳이기도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몰입해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미술관의 1, 2층에는 주로 종교화들이 전시돼 있다. 잠시 이탈리아에 같은 느낌을 준다. 보티첼리의 작품도 있는데, 멀리서부터 어떤 아우라를 풍긴다. 2층에는 루벤스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관도 있다. 표정과 몸짓이 살아있는 인물들의 종교화부터 귀족들의 초상화까지, 루벤스의 폭넓은 작품활동을 알아볼 있다.

 

 

3층이 바로 코톨드 갤러리의 하이라이트다. 과연작은 오르세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양한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에드가 드가, 세잔,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그리고 빈센트 고흐까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화가들의 작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화가별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화가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다. 에드가 드가의무대 위의 무희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단 위로 창에서 비치는 햇살이 드가의 작품을 빛나게 한다. 드가가 직접 조각한 조각상들은 발레리나들의 삶을 보여주며 드가의 발레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미술사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인 마네의풀밭 위의 점심식사 초안작도 있다.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원작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이지만,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세잔의 다양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세잔의 감성이 고이 담긴 풍경화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 눈에 띈다. 입에는 파이프를 물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의 모습, 경직돼 보이지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세잔 만의 인물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여러 보석 같은 작품들 속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하다 보면 눈을 사로잡는 화사한 색감의 작품이 있는데, 빈센트 고흐의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이다. 가장 좋아했다는 노란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고흐의 눈은 공허해 어딘가 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갱과 다투고 왼쪽 귀를 잘랐다는 고흐, 당시 힘들었던 고흐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고흐의 이야기와 대비되는 화사한 색감이 오묘한 느낌을 주며 한참을 빠져들게 한다.

 

 

마네의폴리 베르제르의 전시관의 한켠에서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다. 19세기 파리의 유명한 술집을 그린 작품은 마네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그린 대표작이기도 하다.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그림의 중심에는 바텐더 쉬잔이 있다. 손님을 마주 보고 있지만, 표정은 어딘가 멍하니 공허하다. 샴페인, 리큐르, 과일들이 가지런히 놓인 테이블, 서커스 묘기를 보여주는 누군가의 초록색 신발, 서커스를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당시 유명 술집의 화려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바텐더 쉬잔의 표정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작품 역시 풀밭 위의 점심식사 못지않게 당대 미술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는데, 쉬잔의 뒤에 위치한 거울과 관련된다. 보통이라면 거울에 비친 쉬잔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지만, 그림 쉬잔의 뒷모습은 살짝 옆을 보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그녀에게 말을 거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마네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구도를 왜곡해 당시 화려해 보이는 도시 문화 여성의 삶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려고 했다.

 

 

 

작품 쉬잔과 인사를 하며 인상주의 전시실을 떠나와 마지막 전시실에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보면 전체 미술관 관람이 끝난다. 코톨드 갤러리의 여운을 간직하며 마지막으로 기념품샵을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마네의 작품을 기억할 있는 귤모양 비누와 집게핀, 드가의 작품 발레리나와 고흐를 기억할 있는 뜨개질 인형, 세잔의 작품을 기억할 있는 카드 모양 뱃지까지 소장욕을 자극하는 굿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코톨드 로고가 새겨진 형형색색의 에코백은 마치 유명 편집샵을 떠올리게 한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미술관의 여운을 깊게 심어준 곳이다. 

 

작지만 강한 매력을 가진 런던의 작은 보석, 코톨드 갤러리에 방문해 인상주의 미술 산책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현재 내셔널 갤러리가 리뉴얼 중이라 일부 유명 작품을 없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를 대신해 인상주의 대표작들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소규모지만 알찬 컬렉션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천천히 감상할 있는 코톨드 갤러리,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런던을 방문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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