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안데르센 2025.4월호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 창조적 에너지가 흐르는 거리

안데르센 2025. 4. 5. 12:00

 

런던 하면 흔히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명소들이 있다. 웅장한 빅벤, 우아한 웨스트민스터 궁전, 그리고 런던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런던아이. 하지만 런던에는 그 외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혁신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East London Tech City). 전통적인 관광 명소들 대신, 이곳은 기술과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실리콘 라운드어바웃(Silicon Roundabout)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런던만의 색깔을 담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창의적인 거리가 펼쳐져 있다.

 

이곳을 걷다 보면, 런던이 단지 역사와 문화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지역은 뱅크시(Banksy)의 작품이 있어, 거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뱅크시의 작품들은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와 창의성을 더욱 강조하며, 기술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환경을 만든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는 런던 동쪽의 쇼디치(Shoreditch)와 올드 스트리트(Old Street)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술 혁신의 중심지다. 이 지역은 2008년, 영국 정부가 '디지털 혁신 허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리콘 라운드어바웃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핵심 교차로인 올드 스트리트의 원형 교차로에서 유래했으며, 실리콘 밸리와 같은 글로벌 기술 중심지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는 단순히 기술 스타트업의 집합소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발전해 왔다.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이곳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핀테크, 헬스케어,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WeWork, Amazon Coworking, Google Cloud 스타트업 지원 센터와 같은 대기업들의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기업들과 신생 기업들이 교류하는 중요한 창업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의 첫인상은 단순히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창의적인 에너지가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점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개성 넘치는 벽화와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 독립 서점과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이곳의 진정한 혁신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카페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이곳의 독특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쇼디치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IT 기업들과 예술 공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이 지역에는 공동 창업 공간(Co-Working Space)이 다수 자리 잡고 있어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협업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WeWork와 같은 공동 창업 공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WeWork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공동 창업 공간 중 하나로, 다양한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이 한 공간에서 협업하고 소통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깔끔한 사무 공간과 편안한 라운지, 그리고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창업자들은 커피 한 잔을 들고 자유롭게 대화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Boxpark는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 컨테이너를 활용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패션, 푸드,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이 입점해 창의적인 디자인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혁신적인 문화와 커뮤니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Amazon Coworking은 아마존이 운영하는 공동 작업 공간으로, 특히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다. 최신 AWS 기술을 활용하는 창업자들과 개발자들이 모여 토론하며, 정기적인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기술과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Google Cloud 스타트업 지원 센터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이 구글의 기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케팅,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멘토링과 워크숍이 제공된다. 이곳은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곳의 공동 창업 공간 앞에는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작업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바쁜 업무 중에도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이 공간들은 테크 시티의 활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창업자들이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디자이너들이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은 실리콘 라운드어바웃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는 단순히 문화적인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TransferWise(현재 Wise), Revolut, Monzo와 같은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탄생했다. 이들의 성공적인 사례는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창의적인 접근 덕분이다.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이 지역만의 특성이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이스트 런던 테크 시티를 돌아보며 이곳이 단순히 스타트업 허브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이곳은 기술과 예술, 젊음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다. 실리콘 밸리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런던만의 색깔을 지닌 이 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거리의 벽화, 카페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대화, 공동 창업 공간 앞 정원에서 쉬는 사람들, 그리고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활발히 오가는 공간들. 그것이 바로 실리콘 라운드어바웃만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