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만 있기엔 아쉬울 때, 항만도시 포츠머스를 다녀오는 건 어떨까?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는 누가 뭐래도 런던입니다. 하지만 런던만 여행하고 영국을 다녀왔다고 말하기엔 영국에서 꼭 가봐야 할 다른 도시들이 많이 있답니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진짜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데요. 영국이라는 나라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국가였습니다. 최 전성기 때는 전 세계 육지의 1/4을 차지하고 있었고 전 세계 인구의 1/5이 영국 제국의 것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기도 했던 영국은 2차 대전 이후 대부분의 식민지가 해방되고 독립한 이후 21세기가 됐음에도 아직까지 전 세계 수십여 개의 나라가 영연방에 속해 끈끈한 유대를 보여주며 영국 제국의 마지막 위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국은 실제 잉글랜드 북부 쪽에 있는 리버풀과 맨체스터 지역에서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나 근대를 아주 빠르게 앞당긴 국가이며 그 힘을 바탕으로 수많은 장소를 식민지로 두고 식민지의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며 제국을 일으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전 세계 곳곳의 분쟁의 뿌리로 가면 영국이 얽히지 않은 곳이 드물고 자본주의와 의회주의 등 근대의 경제와 정치 등 여러 부문에서 세계 곳곳에 영국의 영향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심지어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서 시작된 스포츠인 축구가 전 세계인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가 됐을 정도죠.
영국 제국의 시작을 만날 수 있는 도시
이런 영국 제국의 역사를 연 곳, 진짜 영국 제국의 시작을 만날 수 있는 도시를 소개합니다. 바로 영국 남부의 해안 도시인 포츠머스인데요.
포츠머스라는 도시는 손흥민 선수의 활약으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두 도시인 사우스햄프턴과 브라이튼 사이에 있는 작은 항만도시입니다. 포츠머스 FC라는 팀도 박지성 선수가 맨유로 이적했을 당시에는 프리미어리그에 있어서 그때 EPL에 입문한 분들께는 익숙한 도시 이름이죠.
영어 port는 운반하고 나른다는 뜻이 담긴 라틴어 portus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수출이 export 수입이 inport 공항이 airport로 쓰이는 것만 봐도 port가 의미하는 바가 어떤지 알 수 있죠,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인 컴퓨터 단자나 음향 단자도 포트(port)라고 한답니다. 가장 많은 물자가 오가는 곳인 항만을 그래서 port라고 합니다. 포츠머스(portsmouth)라는 도시는 그 이름 자체가 항만을 뜻하는 port와 어귀를 뜻하는 mouth가 더해진 도시입니다.
포츠머스는 영국에서는 도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육지와 닿은 면은 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육지와 가까이 있어서 우리나라와 같이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도시죠.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가기 위한 뱃길로도 유리해서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도시의 이름과 특성으로 알 수 있듯 영국 제국의 문을 연 곳이 바로 이 포츠머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대항해시대에 합류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군항도시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영국 해군 함대의 절반 이상이 정박해있는 곳이고 심지어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상륙작전의 시작점도 포츠머스입니다.
포츠머스항을 가면 그 자체로 거대한 해군 박물관과 같습니다. 웅장하게 조성이 돼 있는데요, 항구로 가기 위해서는 입구에서부터 위험물품을 소지할 수 없도록 검사를 받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개척한 대항해시대에 영국의 헨리 8세는 지속적으로 바다를 개척하기 위한 노력을 하며 해상 장악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이 포츠머스 해양 박물관입니다.거대한 박물관인 항구 입구로 들어서면 실제 지금 배를 수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노젓기나 도르래의 원리 등에 대해 간단한 체험까지도 할 수 있는 보트하우스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떻게 배를 제작했는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밀랍인형으로 실감 나게 꾸며놓은 박물관도 있는데요, 마치 그 시대의 모습을 고화질 카메라로 보는듯한 느낌을 준답니다. 이런 박물관들이나 하우스 외에도 여러 선박들이 실제 항구에는 있습니다. 대항해시대를 맞이하는 영국의 모습을 볼 수 있죠.
헨리 8세의 기함 메리로즈호는 바다를 향한 헨리 8세의 꿈이 집약된 배입니다. 1500년대 만들어져 30년간 여러 전투현장에서 활약한 메리로즈호는 불의의 사고로 1545년에 침몰하게 됐고 약 400여 년이 지난 1982년에 수백구의 유해들과 함께 인양됐다고 합니다. 현재는 거대한 박물관 안쪽에서 건조작업과 함께 오랜 기간 복구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박물관 항구의 가장 깊은 곳에는 범선시대의 최후의 해전이라고 손꼽히는 트라팔가 해전 때 넬슨 제독이 승선해 나폴레옹의 해군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전사한 역사가 담긴 영국의 입장에선 우리나라의 거북선과도 같은 HMS 빅토리호가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노후화가 심해 전체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가서 웅장한 겉모습을 다 볼 순 없었는데요, 공사가 끝나기까지는 8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직원이 귀띔해 주네요. 2030년은 넘어야 다시 그 웅장한 외관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트라팔가 해전 이후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은 런던 중심가에 트라팔가 광장을 만들고 그곳에 50m 높이의 넬슨 기념비를 세워 런던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있게 했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10분 정도 아기자기한 항구마을을 걸어 나오면 포츠머스의 상징인 스피내커 타워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항구도시답게 돛대와 돛을 형상화한 모양인데요, 이곳은 과거 전함과 상인들의 만남과 이별의 상징적인 장소였습니다. 당연히 무역과 상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지금 이곳에는 커다란 아울렛이 형성돼 있습니다. 영국 남부에서는 최대 규모의 아울렛인 건워프아울렛이라고 하는데요, 주로 중저가의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고 큰 폭의 할인이 계속되고 있어 영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아울렛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포츠머스는 안전한 도시이자 저렴한 물가로 유명한 곳입니다. 아울렛과 전망대가 만나는 지점에는 전망을 보며 외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데요, 바닷가가 펼쳐진 멋진 전망을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런던 여행만으로는 영국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하루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서 런던 근교에 있는 포츠머스에서의 알뜰하며 알찬 여행,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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