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안데르센 2025.6월호

밀레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 ‘바르비종’

안데르센 2025. 6. 20. 19:57

 

파리에는 루브르, 오르세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이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력을 지닌 곳이 파리 근교의 소도시들이다.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인상 깊지만, 그들이 실제로 붓을 들었던 장소를 찾아가 당시의 햇살과 풍경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다른 감동을 준다. 

 

오늘 소개할 곳은 파리 남쪽으로 시간 거리, 퐁텐블로 숲을 지나면 만날 있는 작은 시골 마을 바르비종이다. 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퐁텐블로와 넓은 들판이 펼쳐진 바르비종은 19세기 화가들에게 영감을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풍경화가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왕이나 귀족을 그린 초상화나 종교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풍경화는 사회적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윌리엄 터너는 풍경화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후 인상주의의 모네, 사실주의의 밀레 등이 등장하면서 풍경화는 미술사조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다.

 

 

바르비종은 바로  중심에 있었던 화가  프랑수아 밀레의 삶과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있는 곳이다. 마을 안에는 밀레의 아뜰리에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작업실은   개의 방으로 구성되는데,  번째 방은 밀레가 실제로 그림을 그리던 공간이다.   앞에 놓인 이젤 위에는 작은  모형이 있는데, 이는 그가 고향 노르망디 지역의 그레비유를 그리워하며  모형이라고 한다. 작업실에는 그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하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가품이라고 하지만 밀레의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은 미술관에서와는  다른 느낌을 풍긴다. 

 

번째 방은 밀레의 데생을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는 빈센트 고흐가 밀레의 영향을 얼마나 깊게 받았는지 확인할 있다. 방의 가운데에는 밀레의 데생과 고흐의 그림을 비교한 그림 앨범이 있어 화가의 시선과 감성을 비교해 있다. 수확을 마친 밀밭에서 낮잠을 자는 농부, 씨를 뿌리는 사람 농촌의 생활을 진지하게 담아낸 점에서 작가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특히 밀뭉치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농부를 그린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에서도 있다.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화풍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그림을 대하는 화가의 진심만큼은 그대로 전해진다. 번째 방은 기념품 가게다. 밀레의 작품을 모사한 그림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밀레의 아뜰리에는 길게는 20분이면 둘러볼 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밀레의 아뜰리에가 그의 삶을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그의 공간은 소박하고 단정하며, 군더더기 없이 그림에 몰두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사회적 지위나 유명세보다는 그가 그림에 담은 대상에 집중했다. 밀레가 다른 화가들과 차별되는 점은 자연 자체보다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중했다는 있다. 그의 대표작만종이삭 줍기모두 자연이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렇게 그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농부들의 근처에서, 그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담았다. 

 

 

아뜰리에를 나와 마을을 따라 걷다가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만종 그려진 실제 장소가 나타난다. 5월의 밀밭은 그림 황금빛과는 달리 푸르름이 가득하지만, 옆에만종 담긴 표지판이 세워진 덕분에 시절의 풍경을 생생히 떠올릴 있다. 인증샷이 필수인 곳이니 자연스럽게 장의 추억을 남기는 추천한다. 

 

바르비종을 산책하다 보면 문득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바람에 실려오는 풀의 내음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바르비종은 단순히 화가 밀레의 마을, 바르비종파의 거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파리 근교 소도시 마을이 지닌 소박하고 여유로운 매력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다. 

 

한낮의 햇살 아래, 마을의 작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거리마다 흐르듯 놓인 미술관과 갤러리, 그리고 마을 끝자락에 펼쳐진 숲과 들판까지. 그래서일까. 오늘도 마을에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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